특집 · 개발자 일자리
AI 만드는 회사도 신입을 덜 뽑는다?…앤트로픽 기술직 신입 채용 27%→9%의 속사정
"앤트로픽은 2027년이면 기술직 신입 채용을 멈출 기세다." 지난 17일 X에 올라온 이 한 줄은 '좋아요' 4천400개, 조회 71만회를 넘겼다. "그 많은 출력은 누군가 읽어야 한다. 지루한 코드를 읽고 고치는 게 우리 대부분이 배운 방식이었다. 다음 시니어가 어디서 나올지 모르겠다"는 글도 이어졌다. 근거는 앤트로픽 경제팀이 16일 공개한 보고서 '앤트로픽에서 고용은 어떻게 바뀌고 있나'다. 인사 기록·에이전트 기록·캘린더·면접 평가표와 직원 17명 인터뷰를 담은 이 보고서를 끝까지 읽고 숫자가 실제로 보여 주는 것을 짚어 봤다.

신입 채용 비중 27%→9%…"하룻밤 새 찾는 사람이 바뀌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앤트로픽 기술 부서의 신규 채용 가운데 신입(주니어) 비중은 2025년 초 27%에서 9%로 떨어졌다. 기술 부서 인원 중 신입 비중도 21%에서 14%로 줄었고, 신입 채용 공고는 2025년 12월부터 특히 가파르게 줄었다. 내부에서 신입 수요 감소 얘기가 나온 건 2026년 1월로, 한 직원은 새 모델이 성능 엔지니어의 일을 크게 끌어올리자 "하룻밤 새 우리가 찾는 사람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4월 설문에서는 머신러닝(ML) 매니저의 약 3분의 1,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SWE) 매니저의 약 5분의 1이 AI 때문에 사람을 덜 뽑는다고 답했다.
3월 에이전트 근무시간이 사람을 넘었다…8월엔 6배
에이전트 세션 기록을 보면 자율·대화형 에이전트가 일한 시간을 더한 값이 2026년 3월 처음으로 직원 근무시간을 넘었다. 직원이 직접 띄운 대화형 세션만 따져도 8월에는 에이전트가 사람보다 6배 많은 시간을 일했다. 사람 근무시간은 주 40시간으로 잡고, 에이전트가 30분 넘게 멈춘 시간은 뺀 계산이다. 회사는 1년 새 세 배로 커졌지만, 직원 1인당 매출은 메타·구글이 비슷한 고속 성장기를 지날 때의 2~4배다.
엔지니어 1인당 커밋 5배…AI가 쓴 코드가 더 자주 지워지진 않았다
엔지니어 1인당 코드 커밋은 6개월 전보다 5배로 늘었다. 연구진은 코딩 에이전트를 쓰기 시작한 엔지니어 192명과 쓰지 않은 74명을 비교해, 도입 직후 추가하는 코드량이 크게 뛰었다고 밝혔다. 같은 사람이 같은 달 같은 폴더에 직접 쓴 코드와 에이전트가 쓴 코드를 비교했더니 나중에 지워지거나 되돌려진 비율에 차이가 없었다. 영업 담당자는 에이전트를 쓴 뒤 더 많은 고객과 계약했고, 법무팀은 더 많은 계약서를 처리했다.
클로드 세션의 80%는 '사람 기다리는 시간'
이제는 사람이 병목이다. 대화형 세션에서 클로드는 시간의 약 80%를 사람의 입력을 기다리며 보냈다. 클로드가 내놓은 글을 다 읽으려면 비기술직도 근무시간의 절반 넘게 써야 한다. 한 엔지니어는 이를 아이 돌보기에 빗대 "주스팩을 따 달라는 아이도, 손가락을 베어 피를 흘리는 아이도 똑같이 급하다고 부른다"고 말했다. 4월 설문에서 직원 20%는 직접 일하던 역할이 클로드를 관리하는 쪽으로 바뀌었다고 답했고, 에이전트에게 주는 상시 지시문은 1년 새 수백 개에서 8천500개로 늘었다.
면접 평가표에서 늘어난 말…'자율성'과 '판단력'
2024년 이후 채용된 수천 명의 면접 평가표를 분석한 결과, 지원자의 AI 도구 활용 이력을 언급한 비율은 2024년 기술직 약 5%, 비기술직 약 7%에서 2026년 각각 3배, 4배로 늘었다. 기술직 평가에서 가장 크게 늘어난 언급은 자율성과 판단력이었고, 특정 분야 전문성 언급은 줄었다. 한 매니저는 "모델은 계속 들쭉날쭉할 테니 우리 팀원은 분야를 가리지 않고 옮겨 다닐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회의 시간도 1년 전보다 20% 늘었다.
신입 사무 보조 자리는 이미 지나갔다…부서 이동은 50% 늘어
회사가 커지면 같이 늘던 사무·행정 인력은 거의 늘지 않았다. 일정과 메일 분류를 맡는 비서 에이전트를 직접 만든 한 비서는 "클로드가 신입 사무 보조 역할을 대신하는 단계는 이미 지났다"고 말했다. 입사 1년이 넘은 직원이 다른 부서로 옮길 확률은 2025년보다 매달 50% 높았다. 클로드닷에이아이(Claude.ai) 인사말 같은 문구를 쓰던 팀은 에이전트가 글을 쓰게 되자 모델 평가와 프롬프트 작성으로 옮겨 갔다.
X에선 "2027년이면 끝"…보고서엔 그런 시점이 없다
보고서가 나오자 X에서는 해석이 갈렸다. "앤트로픽은 2027년이면 기술직 신입 채용을 멈출 기세"라는 글은 조회 71만회를 넘겼고, "앤트로픽에서 '피라미드 교체'의 첫 단계가 시작됐다"는 글도 '좋아요' 1천461개를 받았다. 하지만 보고서에는 2027년이라는 시점이 나오지 않는다. 토비 뤼트케 쇼피파이 최고경영자(CEO)는 사내 데이터로 같은 모양의 그래프를 그려 공개했다('좋아요' 786개). 한 창업자는 "앤트로픽에 들어간 대학원생·졸업생들은 모두 엄청난 양의 공개 작업을 해 둔 사람들이었다"고 적었다. 유튜브에서는 이 보고서를 풀어 준 AI 코피움 채널 영상이 하루 만에 조회 7만8천회를 넘겼다.
한국도 같은 질문…"보고서 초안은 신입에게 수업이었다"
한국에서도 같은 흐름이 나타난다. MBC 'PD수첩'은 20일 'AI 딜레마 2부-신입사원 실종사건'에서 최근 약 6년간 채용공고 1천41만건을 분석해 AI 노출도가 높은 직군일수록 신입보다 경력직을 찾는다고 전했다. 예고 영상에는 "신입 뽑지 말고 AI 토큰 더 줘라"는 대기업 인사팀의 속내가 담겼다. 이데일리에 따르면 올해 1~8월 15~29세 고용률은 43.8%로 28개월 연속 떨어졌다. 이찬 서울대 산업인력개발학과 교수는 "자료 조사와 보고서 초안은 회사에는 값싼 업무였지만 신입에게는 수업이었다"며 "모두 경력직만 찾고 아무도 키우지 않으면 10년 뒤 AI의 결과물을 판단할 중간관리자를 길러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 회사의 자료일 뿐…앤트로픽이 밝힌 한계와 처방
보고서는 한계도 적었다.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던 시기라 생산성 증가를 모두 AI 덕으로 볼 수 없고, 도구를 먼저 쓴 직원은 원래 성과가 오르던 사람이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 전체에 그대로 옮길 수 없는 관행이 많다는 점도 인정했다. 앤트로픽은 직무별 변화를 미리 잡아내는 '조기 경보 시스템'과 내부 재배치를 대응책으로 내놨다. 직원들은 2030년까지 AI가 자기 업무의 75%를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같은 질문에 다른 미국인들은 28%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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