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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1월 5일 목요일

특집 · 바이브 코딩

취준생이 AI로 혼자 만든 '온라인 절'에 사흘 60만명…성당·사우나·탄광까지 '말없이 같이 있는' 웹이 쏟아졌다

"절 갈 여유가 없어서 만들었죠." 영문과를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하는 박진원(26)씨가 TJB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가 AI에게 말로 설명해 가며 만든 웹사이트 '산사'는 10월 말 스레드와 인스타그램에 공개된 뒤 사흘 만에 60만명(개발자 집계)이 다녀갔다. 혼자 쓰려고 방석 20개로 시작한 법당은 1만 석이 됐고, 며칠 사이 온라인 성당과 사우나, 탄광까지 따라 나왔다. 무엇이 사람을 모았는지, 개인 개발자가 무엇에 부딪혔는지 따라가 봤다.

취준생이 AI로 혼자 만든 '온라인 절'에 사흘 60만명…성당·사우나·탄광까지 '말없이 같이 있는' 웹이 쏟아졌다
  1. 무엇인가: 대화 없이 앉아 있다 가는 3D 법당

    산사는 앱 설치나 가입 없이 주소로 들어가는 3D 웹 서비스다. 소개 문구는 "말없이 같이 앉아 있는 온라인 절"이다. 동자승을 닮은 캐릭터로 숲속 목조 법당 '청연당'을 걸어 다니며 다른 이용자에게 합장 인사를 하고, 방석에 앉아 절을 하고, 염주알을 굴려 횟수를 쌓는다. 목탁 소리와 반야심경은 나에게만 들린다. 채팅 기능은 없다. 매일 오전 5시와 오후 6시엔 '함께 예불'이 열린다. 법당의 불상은 국립중앙박물관 금동불좌상 3D 스캔(공공누리 제1유형)에서 좌불만 떼어 썼다. 지금은 토스 미니앱으로도 열린다.

  2. 누가, 왜: 불교 신자 아닌 취준생의 바이브 코딩

    세계일보에 따르면 박씨는 불교 신자는 아니지만 어릴 때 다닌 절과 템플스테이의 기억이 좋게 남아 있었다. 잠깐 절에서 쉬고 싶었지만 취업 준비로 찾아갈 시간도 기운도 없어 온라인에 공간을 만들었다. 코드는 생성형 AI에 원하는 기능을 말로 설명해 짜는 '바이브 코딩'으로 썼다. 박씨는 "사실 나 혼자 쓸 생각도 하고 만들었는데 이런 반응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아무 말 없이 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3. 숫자: 방석 20개가 1만 개로, 대만에서 하룻밤 5만명

    처음엔 방석 20개였다. 접속이 몰리자 100개, 1200개를 거쳐 1만 개로 늘렸고 지금은 100명씩 들어가는 청연당 100곳을 돌린다. 10월 29일엔 하루 1만2000명이 몰려 서버가 멈췄다가 그날 밤 하루 10만명을 넘겼다. 박씨는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사흘간 60만명이 다녀갔고 밤사이 대만에서만 5만명이 들어왔다고 밝혔다. 베트남·태국 이용자도 많다. 아이뉴스24는 31일 누적 접속자가 약 90만명을 넘었다고 전했다. 인스타그램 릴스 조회는 330만회를 찍었다.

  4. 혼자 만든 서비스가 부딪힌 것: 서버비와 튕김

    인기는 고스란히 서버비가 됐다. 이용자 요청으로 넣은 '공양미' 후원 QR은 30일 밤 접속 폭주로 한 시간 만에 막혔다. 이 후원은 실제 절에 가는 시주가 아니라 서버 유지비를 보태는 개발자 후원이다. 31일 박씨는 버벅임과 튕김을 사과하고 캐릭터가 걸어 다닐 수 있는 면적을 74% 줄였다. 주말엔 염불·108배·염주 같은 기본 기능에만 집중하겠다고 했다. 같은 날 법당 밖에 독경을 재즈 펑크·네오 소울로 바꾼 곡 4개를 듣는 '속세 ZONE'을 열었고, 앱스토어 출시도 예고했다.

  5. 따라 나온 것들: 명동성당, 갓바위, 산티아고 순례길

    이투데이에 따르면 산사 공개 나흘 뒤 명동성당을 본뜬 온라인 성당 '인피스'가 나왔다. 기도·묵주·촛불·고해 공간에 미사포 기능까지 있다. 온라인 교회 '새벽 예배당', 대구 팔공산 갓바위를 옮긴 '온라인 갓바위'도 생겼다. 갓바위에선 절을 30번 넘게 하면 공개 소원을 남길 수 있는데, 한국시리즈를 앞둔 삼성 라이온즈 팬이 몰려 10분 넘게 기다리기도 했다. 산티아고 순례길 763.7km를 실제 걷는 속도로 걷는 곳, 찜질복 캐릭터의 '사우나 고요', 낚시터, 혼술바, 독서실, 탄광, 붕어빵골목까지 등장했다. 반려동물 온라인 추모관 '별꾹'은 4일 오전 기준 추모 공간이 1만6921곳이다. 모두 채팅 없이 같은 공간에 머무는 방식이다.

  6. 왜 통했나: "방구석에 누워 108배"

    이용자들은 단순한 기능과 조용한 분위기를 장점으로 꼽는다. "진짜 고요하고 좋다", "덕분에 방구석에 누워 108배도 하고 힐링한다", "종일 몇 번씩 드나들며 수행한다" 같은 후기가 이어졌다. 개신교·천주교 신자인데 평화로운 분위기 때문에 들어온다는 이용자도 있다. 성해영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는 세계일보에 불교가 삶의 고통을 인정하고 각자 해법을 찾게 한다는 점이 청년들에게 호응을 얻는다고 했고, 이투데이에는 종교시설의 성스러운 분위기는 원하지만 맹목적 믿음은 부담스러운 사람들이 익명 온라인 공간을 찾는다고 설명했다.

  7. 반론과 한계: 반짝 유행일까, '말없이'를 지킬까

    아직 모르는 점이 많다. 한경비즈니스는 일시적 화제로 끝날지 지켜봐야 한다고 봤다. 하루 수십만명을 혼자 감당하는 서버비는 후원에 기대고 있고, 비슷한 서비스가 수십 개 쏟아져 관심도 나뉘고 있다. 천지일보에 따르면 박씨는 이용자 의견을 받아 경전 읽기와 채팅 기능을 넣을 계획이다. 채팅이 들어가면 '말없이 같이 앉아 있는' 지금의 성격이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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