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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27일 화요일

특집 · AI 시대 선배 개발자들의 이야기

"이제 모든 개발자는 AI 팀의 관리자"…1989년부터 코딩한 네이버 개발자가 후배들에게 남긴 답

"이제는 조직의 말단 작업자는 AI이고 모든 개발자는 AI 팀의 관리자가 되었습니다." 27일 네이버 기술 블로그 D2에 올라온 'AI 시대의 개발자를 꿈꾸는 학생 개발자에게'의 한 대목이다. 1989년에 프로그래밍을 시작한 필자는 2018년 같은 블로그에 '백엔드 개발자를 꿈꾸는 학생개발자에게'를 썼고, 8년 만에 학생들의 질문을 다시 받아 후속편을 냈다. 그는 이 글을 "목적지가 명확한 안내서보다는 격변기의 스냅샷" 정도로 봐 달라고 했다. 같은 고민에 먼저 답한 선배 개발자들의 글과 함께 정리했다.

"이제 모든 개발자는 AI 팀의 관리자"…1989년부터 코딩한 네이버 개발자가 후배들에게 남긴 답
  1. 개발자는 AI 팀의 관리자가 됐다

    필자는 기술이 발전할 때마다 지식 근로자가 이전 시대 관리자의 일을 넘겨받아 왔다고 봤다. 이제는 모든 개발자가 AI 에이전트에게 목표와 평가 기준을 주고, 일을 나누고, 결과에 피드백하는 관리자가 됐다는 것이다. 여러 에이전트와 병렬로 일하는 모습은 메신저 창 여러 개를 오가는 관리자, 쉴 틈 없이 유닛에게 지시하는 프로게이머를 닮았다고 했다. 그래서 에이전트가 막힘없이 일하게 정보와 권한을 주고 부작용 없이 고칠 수 있는 아키텍처를 설계하는 일이 핵심 업무가 된다. "모듈 경계가 분명하면 에이전트는 고칠 범위를 좁게 잡지만, 경계가 흐리면 비슷한 코드를 여기저기 복제합니다."

  2. 사람만이 책임을 질 수 있다

    AI에게 맡길 일과 사람이 할 일을 가르는 기준으로 필자는 '책임'을 꼽았다. '개발자'라는 이름이 앞으로도 남는다면 민감한 시스템의 운영 환경에 코드 배포를 승인하는 사람이라는 뜻이 가장 클 것이라고 했다. 수억 원을 처리하는 배치 작업에 AI가 만든 코드를 완벽하다고 믿고 배포하는 일은 "기댓값이 크게 마이너스인 도박"이다. 앤트로픽 클로드 코드 팀이 풀 리퀘스트를 위험도 세 단계로 나눠 승인 인원을 달리하고, 결제나 자동 업데이트처럼 민감한 변경은 반드시 사람이 승인한다는 사례도 함께 들었다.

  3. AI가 맞장구칠수록 사람과 부딪혀라

    필요한 역량으로는 소통과 정보 수집이 먼저 나왔다. AI는 사람이 정한 방향을 증폭하기 때문에, 방향이 어긋난 채로 일하면 버려지는 시간과 토큰도 커진다. 지식의 양은 AI가 압도하니 상대의 입장을 헤아리는 공감력이 더 귀해졌다는 것이 필자의 진단이다. 비판 없이 맞장구치는 AI에 익숙해지면 사람과 부딪히는 불편함을 피하게 되고 갈등을 조율하는 능력도 약해질 수 있다며, 사람과 직접 부딪히는 경험을 의식적으로 이어 가라고 했다. 조직의 암묵적인 전제나 이해관계자 사이의 온도 차는 사람이 끌어내야 하는 정보다.

  4. 'AI가 괜찮다고 한 기준'을 넘는 눈

    필자는 전문성을 "보편적인 수준보다 더 높은 기준"을 AI와 다른 사람에게 내놓을 수 있느냐로 봤다. AI는 목록 한 건마다 DB를 다시 조회하는 N+1 쿼리를 운영 환경에서도 문제없다고 했지만, 그는 배포될 환경을 생각해 받아들이지 않았다. 기준끼리 부딪힐 때 고르는 능력도 강조했다. 캐시는 성능에는 좋지만 데이터 정합성에는 위험할 수 있고, 이런 판단은 AI가 초안에 담아내기 어렵다고 했다.

  5. '필요 없는 지식'에 미리 선을 긋지 마라

    AI 덕분에 실행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필요한 지식의 최소 수준은 낮아졌다. 그래도 필자는 책임이 큰 코드를 승인하려면 문제없는 프로그램인지 판단할 지식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회사가 늘 최상위 모델을 넉넉히 쓰게 해 주지는 않고, 규제 분야에선 사내의 작은 모델만 써야 하는 곳도 있다. AI와 함께 논리 문제를 푼 사람들이 실제 점수보다 자기 성과를 더 높게 평가했다는 핀란드 알토대 연구를 들며, AI의 산출물을 제 실력으로 착각하지 말라고 했다. 머릿속에 둘 것은 '지식의 연결 지도'이고, T자형을 넘어 깊은 축을 하나씩 늘려 가는 '파이형'이 유리하다고 봤다.

  6. 소스 코드도, 신입의 가능성도 여전히 중요하다

    스펙만 있으면 코드를 다시 만들 수 있으니 코드의 가치는 0에 수렴한다는 주장에 필자는 동의하지 않았다. 자연어는 모호해서 같은 스펙으로도 다른 코드가 나올 수 있다며 쉼표 하나 때문에 벌어진 미국 메인주 초과근무 소송과 다익스트라의 말을 근거로 들었다. 백엔드와 프런트엔드가 '프로덕트 개발자'로 합쳐지는 흐름에 맞춰 이번 글 제목에선 '백엔드'를 뺐다고 했다. 취업 한파를 걱정하는 학생들에겐 모든 신입에게 필수인 기술 스택은 없다고 답했다. 카프카를 써 봤다는 사실보다 왜 필요한지 이해하는지를 면접관은 본다는 것이다.

  7. "오늘 나는 무엇을 판단했는가"

    머신러닝 엔지니어 변성윤은 9월 개인 블로그에 요즘 자주 받는 커리어 고민 10가지를 정리했다. 에이전트 도구가 나오면서 개발 역량이 예전만큼 해자로 느껴지지 않고, 요즘 회사가 요구하는 1인분은 과거 기준 3인분이라 신입 채용이 줄었다는 진단이다. 그가 권한 것은 도구 하나를 운영까지 깊게 써 보기, AI가 만든 것보다 내가 내린 결정을 기록하기, 잘됐는지 판단할 기준을 직접 만들기 같은 일이다. 글은 "오늘 AI에게 무엇을 시켰는지보다, 오늘 나는 무엇을 판단했고 무엇을 경험했는가?"라는 질문으로 끝난다.

  8. "사용자님이 그렇게 시킨 적은 없었습니다"

    시니어 프론트엔드 개발자 테오는 6월 벨로그 글에서 작년 강연 때 했던 "아직은 사람이 코딩을 해야 한다"는 말을 스스로 거둬들였다. 지금은 코드를 한 줄도 직접 치지 않고 개발한다는 그는 브라우저 에러를 AI에게 복사해 붙여 주던 일화를 꺼냈다. 짜증이 나서 직접 확인하고 답하라고 하자 AI가 Playwright를 깔고 스스로 고쳤다. 왜 처음부터 그렇게 안 했느냐고 묻자 돌아온 답은 "사용자님이 그렇게 시킨 적은 없었습니다"였다. 그는 AI의 한계라고 생각했던 것 중 상당수가 자기 상상력의 한계였다고 적었다.

  9. 구조를 잡고 지키는 일은 아직 사람의 몫

    뱅크샐러드 김지원 테크 리드는 15일 회사 기술 블로그에서 어차피 AI가 코딩할 텐데 구조를 잘 잡을 필요가 있느냐는 물음에 답했다. AI를 쓸수록 도메인 주도 설계(DDD)가 더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로직이 핸들러에 몰려 같은 코드가 복사되던 Go 서비스를 신용점수·대출 같은 비즈니스 개념 단위로 다시 나눈 과정을 공개했다. 코드는 점점 AI가 쓰겠지만 그 코드를 감당하게 하는 건 구조이고, 구조를 잡고 지키는 일은 아직 사람이 해야 한다고 했다. D2 글의 '모듈 경계' 이야기와 같은 방향이다.

  10. "나는 어떤 일을, 왜 하고 싶어 하는가"

    D2 글의 필자는 진로를 묻는 학생들에게 이 질문을 스스로 반복해서 던져 보라고 했다. '개발자'보다 자신의 역할을 넓게 정의해야 잡을 수 있는 기회도 더 많을 것이라고 봤다. 흥미가 쉽게 변한다는 고민에는 다양한 관심이 시야를 넓혀 나중에 남다른 방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답했다. 다만 흥미가 바뀌는 와중에도 관통하는 자신만의 주제를 찾아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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