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으로 기여할 시간 1~5년"…샌프란 디자이너가 내린 진단 "순수 소프트웨어 디자인은 끝났다"
2026년 10월 28일원작 Bae in the bay · YouTube ↗

"지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시간이 1~5년 남았다." 앤트로픽의 한 AI 연구자가 스탠퍼드 컴퓨터과학 박사과정 학생들 앞에서 한 말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일하는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Bae in the bay'는 28일 올린 영상에서 이 말을 출발점으로 디자이너의 다음 1~5년을 진단했다. 지난 영상이 "우리 다 망했다"로 들렸다는 반응을 보고, 비관 대신 진단을 해 보기로 했다는 것이다.
"커리어 계획 자체가 깨졌다"
출발점은 앤트로픽 연구자의 45분짜리 스탠퍼드 강연이다. 그는 가장 안전한 선택이던 박사 학위조차 가치가 떨어지지 않는 자산이라고 장담하기 어려워졌다고 봤다. 모델이 새로 나올 때마다 경외와 충격을 함께 느끼는 지금은 1년 뒤 계획도 세우기 어렵다고 했다.
이 말을 믿게 된 두 편의 글
사람의 뇌를 흉내 내는 쪽보다 계산을 쏟아붓는 쪽이 이겼다는 리치 서튼의 '쓰라린 교훈'(2019), AGI가 2026~27년, 늦어도 2035년 안에 초지능이 온다고 내다본 레오폴드 아셴브레너의 '상황 인식'(2024)이다. 그는 두 글을 읽고 인간이 우월하다는 믿음이 깨졌다고 느꼈다고 했다.
"다들 말은 안 하지만, 준비 중"
그가 만난 대형 IT 기업의 디자인 디렉터는 회사에서 디자이너가 줄어들 테니 대비 로드맵을 내라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수십 년 경력의 그 디렉터도 혼자 플랜 B·C·D를 준비하며 강연 일을 키우는 중이라고 했다.
측정할 수 있으면 자동화된다
그는 '측정할 수 있는 것은 자동화된다'는 말을 인용했다. 측정할 수 있는 영역이 계속 넓어져 취향마저 자동화되면, 끝까지 남는 건 사람을 깊이 감동시키는 작업을 하는 사람들 뿐이라는 진단이다.
믿음과 행동 사이를 좁혀라
앤트로픽 연구자는 강연에서 비관만 하지 않았다. 앞으로 1~5년은 오히려 '황금기'이니 시간이 지나도 가치가 떨어지지 않는 일을 하라고 했다. 이 일이 진짜라고 믿는다면 지금의 일과 계획을 그 믿음에 맞추라는 조언이다. 결론은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하라"였다.
"순수 소프트웨어 디자인은 끝났다"
그는 제품 디자인이 끝났다는 말과는 선을 그었다. 소프트웨어 화면만 디자인하는 일이 끝났다는 것이다. 디자인과 제품 감각, 엔지니어링을 함께 갖춰 제품을 직접 '소유'하는 쪽이 살길이고, 제품 감각 없는 엔지니어는 진짜 위기라고 봤다. 본인은 물리적 제품도 들여다보고 있다고 했다.
결국 디자인은 스토리텔링
누구나 프롬프트 하나로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시대가 오면 사람들은 "내가 만들면 되는데 왜 당신 걸 쓰나"를 묻게 된다. 그 답은 만든 사람의 진정성, 곧 계속 고쳐 주고 보안을 챙기고 중간에 접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라고 그는 봤다. 마케팅팀 대신 '스토리텔링팀'을 둔 더 브라우저 컴퍼니를 예로 들며, 마케팅의 본질도 왜 이 일을 하는지 들려주는 데 있다고 했다.
불안보다 무력감
요즘 많은 사람이 느끼는 건 불안보다 무력감, 실존적 위기에 가깝다고 했다. 직무 밖의 일까지 떠안으며 힘을 얻는 동시에 허무를 느끼고, 밤늦게까지 일하던 사람들이 자연과 취미, 개인 프로젝트로 눈을 돌린다는 것이다. 그는 5년 안에 계층 이동이 훨씬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래도 테크에 남고 싶다
그는 "무섭다"면서도 테크에 남고 싶다고 했다. 작게, 주인의식을 갖고 일하며 디자인 엔지니어링 영상을 만드는 게 지금의 계획이다. 디자이너는 기술이 어떻게 잘못될 수 있는지 살피며 사람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하는 인류학자 같은 존재라고 했다. 영상은 자기만의 관점으로 미래를 보고 재미있는 일을 하라는 말로 끝난다.